오래된 시장의 골목 끝에서 시간의 잔향을 만난다.
그러나 천천히 거닐다 보면, 이곳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낡은 철문 위로 번진 산화딘 녹의 무늬들, 페인트가 조각처럼 떨어져 나간 벽면,그 위를 덮은 먼지와 흔적들은 조용히 시간이 쌓인 결과다.
시장 안의 풍경은 어느 순간 멈춘 듯 보이지만, 시간은 여전히 미세하게 흔들린다.녹이 자라고 페인트가 벗겨지듯, 시간은 계속 움직이며 이 공간에 흔적을 남긴다.
나만의 시선으로 가까이 다가가면,표면의 작은 균열과 색깔의 변화는 때로 풍경 같고, 지도 같으며, 별빛 아래의 우주를 닮아 있다.매우 작지만 거대한 시간의 흐름이 이 안에 들어 있다. 나는 이 이미지들로 어떤 결론을 제시하려고 하지 않는다.다만 우리가 빠르게 살아가는 동안, 조용히 진행되는 또 다른 속도의 변화를 바라보고 싶었다.
쇠퇴라고 불리는 이 과정은 어쩌면 다른 형태로 계속 살아가는 삶의 방식일 수 있다.녹과 부식은 죽음이나 소멸이 아니라, 단지 시간이 만들어낸 또 다른 흔적이다.
나는 이 사소한 흔적들을 사진에 담으며,보이지 않던 시간을 드러내고,우리에게 무시당한 풍경을 다시 돌아보려 한다.
지동시장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결국 사라짐을 막으려는 것도,슬퍼하거나 애도하는 것도 아니다.그저 그곳에서, 천천히 벌어지는 일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이 공간에 대한 나의 조용한 존중이며,아주 느린 방식의 기록이다.